영국, 빈티지 의류 열광

 '낡은 게 더 멋져?'… 찢어지고 구멍 난 옷에 열광하는 이유

 영국 젊은 세대 사이에서 낡고 흠집 있는 옷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에 따르면 윈체스터 중심가에 위치한 빈티지 매장 '99 빈티지'는 낡은 디키즈 바지, 페인트가 묻은 밴드 티셔츠, 왼쪽 소매가 떨어진 1964년 트랙 앤 필드 후디 등으로 가득하다.

 공동 운영자인 잭 에드워즈(27)는 이러한 트렌드를 **"트래시드 룩(Trashed Look)"**이라고 부르며, 과거에는 얼룩 때문에 상품 가치가 떨어졌지만, 지금은 오히려 옷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공동 운영자인 해리슨 에드워즈 역시 눈에 띄는 손상이 있는 빈티지 아이템일수록 더 높은 가격에 팔린다고 말하며, 사람들이 옷에 깃든 시간과 이야기에 매력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국의 의류 재판매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2027년까지 48.9% 성장해 101억 파운드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트렌드는 명품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리모와는 낡은 여행 가방을 재판매하는 '리크래프티드' 프로그램을 론칭했고, 나이키는 톰 삭스와 협업한 '보링' 신발 광고에 낡은 스니커즈를 활용했다. 캐나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르다 역시 낡은 신발의 이야기를 소셜 미디어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  모든 낡은 옷이 인기를 얻는 것은 아니다. 90년대 스웨트셔츠의 작은 표백제 얼룩은 멋스러울 수 있지만, 흰 티셔츠의 스파게티 볼로네즈 얼룩은 다르다. 빈티지 스포츠웨어 상점 하텍스의 주인 해리 심스는 "때로는 낡은 얼룩이 매력을 더하기도 하지만, 단순히 더러운 옷을 팔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진정성'과 '향수'에 대한 갈망으로 분석한다.

 사우샘프턴 대학교 패션 교수 파스칼 마티아스는 사람들이 옷에 담긴 이야기와 감정적인 서사에 끌린다고 설명하며, 하이 스트리트 브랜드부터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진정성을 강조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과거 프레피 스타일이 유행했다면, 지금은 노동자 계급의 미학이 주목받는 시대다. 워크웨어 브랜드 카하트 WIP의 경우, 착용 흔적이나 얼룩이 있는 중고 제품이 새 제품보다 2~3배 비싸게 팔리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옷에 담긴 이야기와 멋스러움이다. 빈티지 매장 '리얼리 그루비'의 주인 폴 우드콕은 사람들이 낡은 옷에 대해 관대해진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옷도 오래 간직하며 입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